리스트

2010년대 대부분 리스트를 만들기 위해 돌아다녔다.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별다른 설명 없이 순위를 정해 20편 안팎의 영화를 호명하는 일이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 리스트는 절대 그냥 씌여진 것이 아니다. 리스트를 만들기 위해 한해를 얼마나 돌아다니는지 모른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보지 마라, 하지 마라' 아마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일 것이다. 불평, 불만 없이 그냥 영화를 보더라도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너무 이상한 일이었으리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늘 하는 말에 한동안 연락을 끊었던 적도 많았다. 몇번 그런 일들이 있고 난 다음 누구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말을 하게 되면 결국 나와는 연락을 할 수 없는 사이가 된다는 사실을 그들은 말 없이 나의 침묵으로 알았으니까.

누구도 할 수 없는 그 금기의 말을 몇년 사이 내 몸이 시위를 하듯 신호를 보냈다. 영화를 보면서 절대 존 적이 없었던 나의 의지도 체력적 한계를 맞이해서 영화를 보다 중간 정도에 이르면 10분 정도는 기절하듯 방전을 하게 된다. 이유는 영화를 보러 가기 전날 잠을 못 잤기 때문이다. 이틀 연속으로 원정을 가게 되면 그 이틀 연속으로 잠을 못 잔 상태로 6, 7편의 영화를 연달아보는 것이다. 당연히 몸에 무리가 간다. 그래서 원정을 가기 전날 내 몸은 일부러 잠을 못 자게 시위를 한다. 몸은 원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영화를 보지 마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내 몸이다.

올해는 정말 리스트가 엉망일 것 같다. 외국의 유명한 매체의 리스트를 받아본 순간 거의 대부분의 영화가 개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또 한번 인식한다. 그러니까 적어도 내가 여기에 사는 동안 매년 한해씩 늦은 리스트를 작성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쩌면 그 이상으로 밀리는지 모른다. 일년 정도 늦은 것은 다반사일 것이고 2, 3년은 기본일지도 모른다. 정식 개봉 전에 그 영화들은 아직 미지의 것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그 어떤 식으로든 기획전에서 먼저 보게 될 경우 나는 무조건 그 해의 리스트에 포함시킨다. 예외는 없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볼 수 없는 영화들이 점점 늘어간다. 이렇게 되면 하고 싶은 의욕이 사라진다. 2018년은 처음 극장에서 본 영화도 재개봉이었다. 순전히 조카들을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그 처음의 시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미 시작부터 알았다. 이상하게 올해는 하고 싶지 않았다. 돌아다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될 경우 볼 수 있는 영화가 진짜 없다는 엄연한 현실 앞에 또 돌아다닌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절대 변하는 것이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것을 알지 못한다.

올해의 영화는 몇 편 없다. 그리고 그 영화들은 이미 외국의 유명한 매체에서 이미 거론한 영화들이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기억나는 영화들만이 베스트일 것이다. 그래서 다시 지난 일정의 기록들을 살펴야 한다. 불충분하고 불만족스러운 여정이었지만 결국 여기서 결산이 불가피하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이 부족한 느낌이다. 일단 극장에서 보여준 영화들이 없으니까. 상영작만 많고 리스트에 올린 영화들이 개봉되지 않았다. 2019년에 얼마나 분발해서 그 영화들을 보여줄지 의문이다. 내가 거는 것은 넷플릭스다. 넷플릭스에 재빠르게 이 영화들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차라리 극장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물론 그렇게 되면 시네마란 의미는 사라질지 모르겠지만.

리스트를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이 있을까. 이 이상한 환경에서 하나마나한 리스트를 만들기 위해 일년을 수고해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을까. 이건 정말 이 현실에 속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말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리라. 점점 이 간극이 커지고 있다.

붙잡아

내가 이러면 너도 결국 여기로 오게 될거야.

새벽에 깨면 자꾸 눈물이 나와.
요즘 내가 그래.
눈물이 많아졌나봐. 한동안 잊고 살았던 것들이 찾아오면 나도 어쩔 수 없나봐.
이 세월앞에 나도 결국 눈물을 보이게 되네.

이상하지.
겨울이 시작되면 네가 생각나.
아주 이상해.

그리고 어제 너의 이유를 알게 되었어.
이제 너는 기억도 못하는 너의 그 시절의 이유를 말이야.
욕심은 내가 부린 것 같은데
결국 지금 와서 보면 네 욕심이 훨씬 컸다.
왜 그렇게 나에게 욕심을 부렸어.
사람들은 내가 너에게 욕심을 부려서 끝난 줄 알고 있잖아.
이렇게 긴 세월이 흘렀어도 우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전부 내가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아니지.
너는 알지.
그런데 왜 사람들 앞에서 자꾸 내가 이유인 것처럼 연기해.
그런 너를 보면 기분이 상해. 그건 여전히 그래.
왜 한번도 네 욕심으로 끝났다는 것을 말하지 못하는 거야.
나에게 욕심을 부리다 끝났다는 것을 왜 말하지 못해.

결국 너도 언젠가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자리로 오게 될거야.
내가 결국 이것을 지금 이 만큼 나이가 들어서 알게 된 것처럼.

바보다.
우리는 바보였어.
왜 그렇게 서로에게 큰 것을 기대했을까.
내가 겉으로 보기에는 욕심을 부렸지만 내 마음은 아니었어.
그런데 너는 보기에는 아니어도 마음으로 욕심을 부렸지.
사람들은 겉만 봤을 것이고.
왜 그랬어. 안되는 것을 알면서.
내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왜 그랬어.

나를 안다고 생각하면서 나를 알지 못했던 거지.
너와 끝났던 그땐 내가 너를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내가 알지 못했던 것은 네가 나를 더 원했다는 거야.
그건 정말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니까.

우리는 잘 되어야 했어.
욕심만 부리지 않았다면 남들처럼 우리도 잘 될 수 있었겠지.

분명 너도 언젠가, 어쩌면 이미, 아니면 지금 여기로 오게 되겠지.
지난 시간의 무게 만큼 이제 눈물이 나와.

시들었다, 지났다, 식었다, 의미 없다 말하는 것도 결국은 다 지나가.
결국 진실앞에서는 눈물이 나오는 거야.

그냥 순수한 우리로 지켜갔어도 좋았을텐데.
왜 그런 욕심을 품어서 그렇게 멀리 떠나버렸어.
결국 네가 감당을 하지 못해 그렇게 떠났으면서.

언젠가 여기로 네가 돌아오면, 그렇게 되면
지금의 변한 너만 있지 않을거야. 절대로.
거기로 가기 전의 네자신이 분명 너를 찾아올거야.
그땐 알게 되겠지.
네가 얼마나 어리석은 욕심을 부렸는지.
왜 내가 끝을 말하게 되었는지.
그러지 말지.

눈물이 나. 결국 그 모든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나는 눈물이 나와.
울기 싫어하는 내가 눈물이 난다.

그때 우리는 너무 빨리 거기에 도착한거야.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그렇게 빨리 거기에 도착하지도 않았을거야.
거기는 한참 청춘을 보낸 사람들이 가는 곳인데.
왜 그렇게 서둘러서 알고 싶어 했던 거야.

바보야. 너는 바보였던 거야.

내가 힘이 많았다면 그런 너를 품고 그냥 시간이 더 많이 흐르기 바랐겠지.
그런데 그땐 나에게도 미래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우리 모두 그 자리를 너무 일찍 떠나온 거지.

기억해. 우리가 함께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던 그 순수한 시간들은.
그건 잊지마. 결국 그 자리로 가야만 진실이 보일테니.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의 빌보드 핫 100 순위

2000년
#83

2012년
#29 - #25 - #21

2013년
#26 - #27 - #26

2014년
#50 - #40 - #35

2015년
#26 - #22 - #18 - #11

2016년
#23 - #17 - #20 - #16 - #35

2017년
#21 -#11 - #9 - #9 - #13

2018년
#29 - #14 - #7 [NEW PEAK]

이번 주 빌보드 핫 100의 7위에 오른 것이 지금까지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의 최고 순위 갱신이다. 이것은 작년에 11위에 랭크되었던 주와 같은 주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매년 이 곡의 인기는 점점 확장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2012년 부터 2014년까지는 3주에 머물더니 2015년에 4주, 2016년부터 2017년까지는 5주 그리고 2018년 올해는 아마도 6주로 더 한주가 더 늘어난 것 같다. 과연 올해 넘버원을 차지할 수 있을지. 사실 이 곡이 머라이어 캐리의 빌보드 핫 100의 19번째 넘버원이 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고 올해 충분히 가능한 것 같은데. 이대로 쭉 나아가서 크리스마스 전주와 연말에 피크를 찍었으면 좋겠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빌보드 핫 100의 7위는 지난 2009년 Obsessed가 세운 최고 순위였고 그러니까 9년만에 이 기록과 동률을 세운 것이다. 대단한 일이다. 앞으로 남은 3주 동안 최소한 Top 5에서 Top3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머라이어 캐리의 19번째 넘버원이 되고 그 다음 Caution 앨범에서 두번째 공식 싱글을 풀어서 새롭게 차트에서 활약할 수 있는 도약의 기회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Caution의 투어 리패키지를 통해 새로운 곡들을 추가해도 좋을 것 같고 리믹스 곡들을 풀어도 좋을 것 같고. 이렇게 2019년을 활동하고 2020년에 데뷔 30주년을 맞이하고 새 앨범을 내서 또 제대로 활동하면 될 것 같다. 이렇게 된다면 그야말로 눈부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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