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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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라이어 캐리의 새 앨범의 정보가 공개될수록 점점 흥미를 잃게 된다. 이런 적이 처음이라 스스로도 놀랍다. 2014년이 마지막 같았다. 2015년은 머라이어 캐리에게 좋은 한해가 될 것 같았는데 예상과 무척 다르게 흘렀다. 그 무렵 이미 많은 것을 놓아준 상태여서 그런지 이번 15번째 스튜디오 앨범에 관한 것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처음으로 머라이어 캐리가 반응과 상관없이 그냥 계획한 대로 푸는 것 같다. 차트의 성공과 인기에 대해서 정말 그렇게 연연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 물론 히트를 하면 좋겠지만 정말 머라이어 캐리 스스로도 마음이 많이 멀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 아시아 투어 중의 모습들을 보니 지난 4년간 투어로 꽤 많은 진전이 된 것 같아 반갑다. 늘 스튜디오형 아티스트라고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40대에 이르러 팝 시장과 환경이 변하니 머라이어 캐리 자신도 공연을 통해 거듭나는 것 같다. 물론 팬들은 여전히 머라이어 캐리의 목소리가 또 한번 새롭게 호전이 되어서 대대적인 컴백을 꿈꾸겠지만 데뷔 28년차 아티스트에게 거는 로망이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새 앨범의 제목 Caution과 아트워크는 너무 머라이어 캐리에게서 연상되는 것과 멀어서 쉽게 적응이 되지 않는다. 아트워크의 경우는 GTFO가 제일 좋았고 뮤직비디오는 With You가 만족스러웠다. 앨범 아트워크는 조금 아쉽다. 그냥 흑백으로 가도 좋았을텐데. With You의 뮤직비디오를 보니 좋은 쇼트가 워낙 많아서 그냥 묻히기에는 너무 아깝다. 사라 맥콜건이 머라이어 캐리에게서 무엇인가 자꾸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 같다. 확실히 이런 점에서는 작업하지 않은 새로운 인물들이 익숙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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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아빠와 관련해서 좋은 것들이 별로 없다. 평상시 생각도 하지 않는다. 지난 과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이렇게 심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유독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러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다. 아무래도 이제 가족들과는 멀어질 때가 온 것 같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감정적으로 휘말리지 않는다. 아마도 이전에 반복했던 것들이 무엇인가 조금 더 편안한 것을 원하는 것 같다. 싫어졌든 그것이 아니든 상관 없이 이제는 좀 쉬고 싶다. 내 나이가 되도록 그동안 얼마나 많이 이 문제들로 얽혀 있었던가. 마흔이 되기 전에 정말 정리하고 싶었던 것이 가족들이었는데. 역시 40대에는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 그동안 많이 해봤으니까 이제 놓아줘도 될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유치하게 구는 것들이 있지만 나 역시 그 어떤 식으로든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되어있으니까 궁금할 것도 없다. 단지 이런 변화를 4년전에 이미 예감했었다. 처음에는 빠르다고 생각했지만 4년이 지나면서 일어났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듯 엄마처럼 중심을 잡고 언제나 흔들리지 않은 채 자신을 붙잡아주길 원하는 것 같다. 왜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상대에게 엄마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것일까. 정작 현실 속 내가 마주하는 엄마는 그렇지 않다. 아마도 곁에서 오래도록 엄마와 살면서 나는 엄마가 무엇인가 자꾸 묻게 되었고 그로 인해 많이 이 모든 관계에서 멀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가족도 참 부질없다. 세상에 태어나서 노력할 필요 없이 나와 맞는 사람을 찾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나는 오래가지 않는 것 같다. 영원을 꿈꾸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불가능하다는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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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나에게도 무엇인가 좋은 일들이 나타나길 기대한 해였다. 아주 오랫동안 무엇인가 나를 위해 준비된 것들이 찾아올 줄 알았다. 공짜가 없는 세상이라지만 나의 노력들이 또 헛수고에 지나지 않길 희망했다. 반전이 남았을까. 내가 좋아한 일들이 이렇게 또 나를 배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찾아왔다. 떠나야 한다. 언제나 떠날 수 있을 만큼만 하기 바란다. 미련 없이. 남기지 않고. 기억나지 않게. 늘 그렇듯 나는 정말 이 세상에 속한 적이 없다. 늘 흐르듯 걸을 뿐, 단지 그 순간만이 영원같이 느껴진다. 이 세상에서 가져갈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다. 단 하나도.

우디 앨런과 원더 휠 그리고 케이트 윈슬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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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해서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있으니까 더 잘 보이는 것이 있다. 그런데 그건 예전에도 그랬던 것 같다. 정직한 사람들은 늘 정직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하다.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은 여전히 허세를 부리고 아는 사람들은 정확한 말을 한다. 과도기인 것 같다. 20세기의 작가들은 이미 자신의 시대가 저물었음에도 여전히 걸작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상한 얼룩이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작품으로만 그들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청산해야할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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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은 <지골로 인 뉴욕>(2013)에서 너무 '악마적'이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우디 앨런이 처음으로 직접적으로 그 어떤 가면도 쓰지 않고 자신의 추악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같은 해에 만들어진 <블루 재스민>(2013)은 어떤가. 우디 앨런의 분신이라고 불릴만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케이트 블란쳇도 흥미롭다. 오스카에서 그녀가 인정받는 작품들은 여성성이 거의 거세된 남성성이 강조된, 아니 거의 남자를 연기하는 케이트 블란쳇일 뿐이다. 그녀가 <캐롤>(2015)에서 레즈비언을 연기하는 것이 더 이상 이상하지 않는 것이 바로 그런 까닭이 아닌가 싶다. <캐롤>은 케이트 블란쳇의 이전작 <노트 온 어 스캔달>(2006)과 상반되어 있다. 여기에서 케이트 블란쳇은 자신보다 연상인 여성 주디 덴치를 이상한 타자로 밀어낸다. 말하자면 케이트 블란쳇의 작품을 두고서도 어떤 혼란을 보게 된다. 말하자면 이것은 말 그대로의 '혼란' 이자 분열'이다. 단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에 대한 정직한 모습이 아닐까. 우디 앨런은 치사할 정도로 <블루 재스민>에서 블론드 여성에 대한 반감과 혐오를 드러낸다. 이 영화에서 케이트 블란쳇가 누구를 연상시키는지 말하는 것은 너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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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인 더 문라이트>(2014)에 이르면 거의 우디 앨런은 자포자기의 수준에 이르게 된다. 거의 자신에게 구원의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진다. 이 영화에서 의욕적인 것은 에마 스톤 밖에 없다. 다른 인물들은 모두 죽어있는 상태이다. 특히 콜린 퍼스는 이 영화에서 너무 신경질적이다. 최근의 콜린 퍼스의 어떤 공식적인 발언이 너무 재빠르게 느껴지는 것도 그런 까닭이 아닌가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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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넘겨 <이레셔널 맨>(2015)에 이르면 와킨 피닉스는 그냥 '사이코패스'다. 그런 그를 동경하는 해맑은 여성은 에마 스톤이고 이 영화는 최근의 우디 앨런의 작품 중 가장 엉성하게 만들어진 작품이다. 무엇인가 계속 해서 죄와 벌에 대해서 중언부언하는 인상을 받게 된다. 이 영화에서는 <매치포인트>(2005)의 쾌감이 완벽하게 사라진 상태다. 다시 <스쿠프>(2006), <카산드라 드림>(2007)의 무기력한 상태로 돌아간 것 같다. 그러니까 어떤 작가든 자신의 욕망에 대해서 어떤 죄의식에 시달린다. 그러다 다시 욕망하는 것에 대해서 회복될 때 <왓에버 웍스>(2009),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2009), <환상의 그대>(2010)와 같은 작품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 작품 속에서는 죄의식에 시달리는 인물들을 엿보게 된다. 욕망과 죄의식이 후기 우디 앨런의 영화의 공통된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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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안전한 시간을 찾아가는 데 거의 필사적이게 되어버렸다. 그것이 최고의 타이밍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미드나잇 인 파리>(2011)다. 이 영화는 거의 모든 것이 완벽하다. 그 만큼 우디 앨런 자신이 안전한 시간으로 자신을 옮겨놓았다. 그러나 곧 이 시간에 대한 우디 앨런의 인식을 사람들은 장소로 오인하게 만든다. 그것이 파리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게 만든 것이다. <로마 위드 러브>(2012)는 그렇게 만들어졌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이상한 대목은 샤워를 해야만 자신의 목소리가 나오는 어느 알려지지 않는 인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무대에서도 샤워를 해야만 제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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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재스민>(2013) 이후 스칼렛 조핸슨과의 작업과 다르게 에마 스톤은 우디 앨런과 좋은 작품을 남기지 못한다. 그것은 우디 앨런도 마찬가지였다. 와킨 피닉스 역시 대가들과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지 못한 연기를 선보인 것이 <이레셔널 맨>(2015)이었다. 거의 <카사블랑카>(1942)에게 헌정을 보내는 <카페 소사이어티>(2016)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제시 아이젠버그의 연기 호흡에 모든 것을 빚진 작품이다. 이 젊은 할리우드 배우들의 조합이 우디 앨런이 갖는 최근의 어떤 이슈들을 잠시 잊게 만들었다. 그것은 또다른 우디 앨런의 어떤 안전한 시간에 대한 애착에 가깝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욕망하는 것이 안전하게 느껴지는 그 '시간'에 대해서 우디 앨런은 계속 해서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시간으로 그는 필사적으로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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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원더 휠>(2017)에 이르면 우디 앨런은 더 이상 도망가지 않는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인용하고 변주했던 전작 <블루 재스민>(2013)과 쌍을 이루면서 <원더 휠>은 그보다 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기에 이른다. 거의 모든 인물들은 우디 앨런의 내적인 갈등을 담고 있으며 누구도 단 한가지의 모습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은 모두 우디 앨런을 연기하고 있다. <원더 휠>은 욕망과 죄의식에 대해서 응시하고 있고 이 영화에서는 그 누구도 구원에 이르지 못한다. 모두가 자신만의 동기와 이유를 확보하고 있고 모두 저마다 죄를 지고 있다. (스포일러) 영화의 시작에서 원더 휠로 찾아오는 눈물로 화장이 얼룩진 단 하나의 인물인 캐롤라이나(주노 템플)만이 어떤 사건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영화에서 완벽하게 지워지는 인물이 되어버린다. 그러니까 <원더 휠>(2017)은 <매치 포인트>(2005)와 <블루 재스민>(2013)으로 이어지는 자신의 테마를 가장 성숙하게 집약시킨 걸작이다. 그렇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누가 이 작품을 작품으로 보려고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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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윈슬렛의 작품으로 <원더 휠>(2017)을 보자면 그녀는 이미 <리틀 칠드런>(2006)과 <레볼루셔너리 로드>(2008)를 거쳐 결혼 생활의 위기에 대해서 연기한 바 있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욕망의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연기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녀의 초기 작품들 <천상의 피조물>(1994)과 <타이타닉>(1997)과도 연결된다. <원더 휠>(2017)의 지니는 욕망의 가해자임과 동시에 피해자로 보여진다. 그것은 단순하게 선과 악으로만 인물을 규정지을 수 없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욕망이라는 죄의 근원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원더 휠>의 지니는 직접적인 가해자인가. 방관자가 될 수는 있지만 어떤 사건에 대해 직접적인 가해자는 될 수 없다. 그것은 케이트 윈슬렛의 전작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2008)와 겹치지만 여기에는 이유와 동기가 다르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의 한나 슈미츠는 무지에서 비롯된 자신의 감추고 싶은 수치가 그 시대의 어떤 사건과 만나서 죄에 이르게 되는지 보여주고 그 대가를 어떻게 치르게 되는지 보여주는 반면 <원더 휠>의 지니는 안정과 일탈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불안정한 욕망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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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적인 자아를 불러낸 작품들이 거의 실패를 한다면 여성적인 자아로 끌어낸 작품들은 성공한다. 이것이 우디 앨런의 후기작의 어떤 패턴이다. 적어도 올해 오스카에서 <원더 휠>은 각본과 여우주연상 그리고 촬영과 조명, 프로덕션 디자인 부문에서는 후보지명을 받았어야 했다. <블루 재스민>의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가 그 해의 여우주연상감이었다면 40대 중반으로 가고 있는 케이트 윈슬렛의 <원더 휠> 역시 그 또래의 어떤 배우보다 먼저 가장 정확한 인물 해석과 연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후보 지명까지는 갔어야 했다. 수상은 언제나 그렇듯 당시의 어떤 분위기에 휩쓸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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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윈슬렛의 <원더 휠>(2017)의 연기가 좋았다면 <밀드레드 피어스>(2011)를 꼭 감상하길. 사실 <밀드레드 피어스>에서 이미 <원더 휠>의 지니의 연기는 완성된 것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원더 휠>을 보면서 케이트 윈슬렛의 얼굴이 '조앤 크로퍼드'와 닮았다고 느꼈다면 그것 역시 <밀드레드 피어스>의 오리지널 작품에서 조앤 크로퍼드의 역을 연기한 것이 케이트 윈슬렛이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니까 우디 앨런이 얼마나 정확하게 배우의 얼굴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


2017 베스트



01 트윈픽스: 더 리턴
02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03 엘르
04 프란츠
05 패터슨
06 굿 타임
07 밤의 해변에서 혼자
08 아쿠아리우스
09 재키
10 렛 더 선샤인 인

11 어떤 여자들
12 120 BPM
13 컨택트
14 내 친구 정일우
15 그 후
16 사랑의 시대
17 러빙
18 로건
19 윈드 리버
20 문라이트

21 덩케르크
22 겟 아웃
23 검은 숲속으로
24 어 퍼펙트 데이
25 조용한 열정
26 우리의 20세기
27 붉은 거북
28 잃어버린 도시 Z
29 매기스 플랜
30 빛나는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브루노 뒤몽의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 필립 가렐의 <러버 포 어 데이>, 아녜스 바르다의 <비지지스, 빌리지스> 그리고 홍상수의 <클레어의 카메라>를 보았다면 이 리스트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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