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면서

예전에 본 영화를 다시 보게 될 때 변한 나자신을 보게 된다. 이제 다르게 읽힌다. 그 만큼 성장한 것이다. 그 시절에는 영화가 좋아서 모든 것을 그대로 흡수해버렸다. 무엇이든지 주면 주는 그대로 흡수했던 것 같다. 그 만큼 순수했다. 영화가 좋았으니까 영화를 사랑했으니까 그랬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또 세월이 지나서 다른 것을 보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처음 가졌던 그대로를 이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변한 건 나다. 지난 경험이, 그리고 지금의 내가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렇게 볼 수 없다. 배운 만큼, 경험한 만큼, 또 반복한 만큼 알게 된 것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되도록 그 시절의 것은 건드리고 싶지 않다. 다시 보게 되면 지워지게 되니까. 방금 본 것이 지워질 수도 있고 오래전 본 것이 더 희미하게 지워질 수도 있다. 새롭게 각인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보면서 알게 된다. 다시 보게 되면 새롭게 사랑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이별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잊혀지게 되는 것이다. 어렴풋이 좋았던 그 무엇인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되도록 피한다. 그냥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믿고 살고 싶으니까.

지금 현재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그럴 수 없다. 살다보니 알게 된다. 불과 몇년전 좋아보였던 것도 지금은 변했을 것이다.

변할 것이다. 앞으로도. 내 안에서도 새로운 일들로 인해 변해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건강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린 시절 그렇게 뜨겁게 받아들였던 것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렬하게 각인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살다보면 반복에 의해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보는 힘이 더 강해지는 것이다. 굳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부러지니까. 더 유연하게 변해가는 것이다.

그러나 처음 가졌던 그 감정은 남아서 만나기 전 그 만큼 나를 뒤흔들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지난 것임을 보고 난 후 알게 된다. 건강한 변화다. 건강한 것이다. 내 안에서 그런 건강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신호다.

그 시절에는 사랑과 섹스 그리고 죽음 같은 것들에 압도당했다. 잘 알지 못했으니까. 관계도 실패를 통해서 새롭게 배우게 된 것이 많아졌고 결국 그 안에서 나라는 인간이 어떤지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이다. 그러니 이제 예전의 것은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결국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찾고 싶은 것은 평화다. 평안하지 않은 것에는 이제 내가 없다. 그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 머물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주 잠깐이라도 머물 수 있다면 그 안에서 최대한 평화를 느끼고 싶다. 그것이 나다. 이젠 안다.


Love Story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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